차세대 소셜미디어는 어떤 욕망에서 등장할까?
소셜미디어의 다음 변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기술을 먼저 떠올린다. 더 정교한 알고리즘, 더 짧은 영상 포맷, 더 개인화된 피드, 더 강력한 AI 기능 같은 것들이다. 실제로 소셜미디어는 언제나 기술의 변화와 함께 성장해왔다. PC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등장했고,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기록과 공유는 특정한 행위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최근에는 추천 알고리즘과 생성형 AI가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소셜미디어의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새로운 플랫폼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 위에서 등장하지만, 그 기술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욕망이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취향을 드러내며, 타인의 반응을 기다릴까. 그리고 지금의 소셜미디어에 피로를 느끼면서도 왜 또 다른 연결 방식을 찾으려 할까.
차세대 소셜미디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진화만이 아니라, 그 기술 위에 투영된 인간의 오래된 욕망을 함께 봐야 한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타인의 시선을 욕망해왔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기 전에도 사람들은 늘 자신을 보여주며 살아왔다. 옷차림, 말투, 소유한 물건, 만나는 사람, 머무는 공간은 모두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의식하고, 때로는 더 나은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을 조정한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The Presentation of Self in Everyday Life』에서 인간의 사회생활을 하나의 무대에 비유했다. 고프먼에 따르면 사람은 일상적인 상호작용 속에서도 타인이 자신에 대해 형성하는 인상을 통제하려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연출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소셜미디어는 갑자기 생겨난 새로운 욕망의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존재해온 자기제시 욕망이 디지털 기술을 만나 확장된 결과에 가깝다. 사람들은 단순히 연결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 속에서 어떤 사람으로 인식될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소셜미디어의 핵심에는 관계에 대한 욕망만큼이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 더 나은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 집단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PC와 인터넷은 자기표현의 첫 번째 무대가 되었다
초기 온라인 공간은 지금의 소셜미디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미지보다 텍스트가 중심이었고, 실시간 피드보다 게시판과 커뮤니티가 중심이었다. 해외에서는 BBS, Usenet, The WELL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었고, 한국에서는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같은 PC통신 서비스가 온라인 관계와 표현의 기반을 만들었다.
The Korea Times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한국에는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같은 전국 단위 PC통신망이 있었고, 이용자들은 게시판과 토론 그룹을 통해 다양한 주제에 참여했다. 1995년 말 기준 한국의 PC통신 가입자는 130만 명에 이르렀다.
이 시기의 온라인 공간은 지금처럼 개인의 이미지를 세련되게 보여주는 무대라기보다, 닉네임과 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공간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게시글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표현했고, 동호회와 게시판 안에서 소속감을 만들었다. 기술은 아직 제한적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미 소셜미디어의 중요한 씨앗이 있었다. 나를 표현하고, 타인의 반응을 확인하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만드는 구조다.
이후 웹이 보편화되면서 자기표현의 방식은 조금씩 시각화되기 시작했다. 개인 홈페이지, 블로그, 미니홈피는 사용자가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이때부터 온라인은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장소를 넘어, 자신을 구성하고 전시하는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는 자기제시 욕망을 플랫폼화했다
소셜미디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자기표현은 더 분명한 구조를 갖게 되었다. 프로필, 친구 목록, 사진첩, 방명록, 댓글, 좋아요는 모두 개인이 자신을 보여주고 타인의 반응을 확인하는 장치가 되었다.
boyd와 Ellison은 「Social Network Sites: Definition, History, and Scholarship」에서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공개 또는 반공개 프로필을 만들고, 연결된 이용자 목록을 표시하며, 그 연결망을 탐색할 수 있는 웹 기반 서비스로 정의했다. 이 정의에서 중요한 것은 소셜미디어가 단순한 대화 도구가 아니라, 나와 나의 관계망을 보이게 만드는 구조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싸이월드가 이 흐름을 매우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미니홈피는 개인의 온라인 방이었고, 스킨, 배경음악, 미니룸, 사진첩, 방명록은 사용자가 자신을 표현하는 장치였다. Cyworld 사례 연구에 따르면 미니홈피는 자기표현의 수단이었고, 사용자는 가상 아이템과 배경음악을 활용해 자신의 공간을 꾸몄다.
이후 Facebook, Instagram, YouTube, TikTok으로 이어지며 자기제시의 방식은 더욱 정교해졌다. 글로 나를 설명하던 방식은 사진과 영상으로 바뀌었고, 일상 공유는 점점 콘텐츠 제작에 가까워졌다. 중요한 것은 소셜미디어가 인간의 욕망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셜미디어는 이미 존재하던 자기제시 욕망을 더 쉽게, 더 빠르게, 더 넓게 확장할 수 있도록 플랫폼화했다.
Nadkarni와 Hofmann의 Facebook 사용 동기 연구도 이 지점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Facebook 사용은 크게 소속 욕구와 자기제시 욕구에 의해 설명된다. 즉 사람들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어떻게 보일지 관리하기 위해서도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
스마트폰은 과시와 기록을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PC 기반의 온라인 공간에서는 접속이라는 행위가 필요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야 했고,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공간으로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이 경계를 무너뜨렸다. 카메라, 모바일 인터넷, 앱, 알림이 하나의 기기 안에 결합되면서 소셜미디어는 더 이상 접속하는 공간이 아니라 늘 손안에 있는 환경이 되었다.
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2023년 조사 기준 미국 성인의 95%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90%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으며, 41%는 거의 상시적으로 온라인에 접속한다고 답했다.
스마트폰 이후의 소셜미디어는 일상을 기록하는 속도를 바꿨다. 좋은 장소에 가면 사진을 찍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 스토리를 올리고, 무언가를 소비하면 리뷰나 인증을 남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과거의 자기표현이 시간을 들여 꾸미는 행위였다면, 스마트폰 이후의 자기표현은 순간을 포착하고 즉시 공유하는 행위가 되었다.
이 변화는 소셜미디어의 성격도 바꾸었다. 사람들은 더 자주 기록하게 되었고, 더 빠르게 반응을 확인하게 되었으며, 더 많은 장면을 타인의 시선에 맞춰 편집하게 되었다. 소셜미디어는 일상의 일부가 되었지만, 동시에 일상은 소셜미디어에 올릴 수 있는 장면들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은 관계보다 반응을 증폭시켰다
스마트폰이 자기제시를 일상화했다면, 알고리즘은 그 자기제시를 경쟁 구조 안으로 밀어 넣었다. 초기 소셜미디어의 피드는 내가 맺은 관계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추천 알고리즘이 고도화되면서 피드는 점점 관계보다 반응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좋아요, 댓글, 공유, 체류 시간, 반복 시청은 콘텐츠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신호가 되었다. 어떤 콘텐츠가 더 많이 노출될지, 어떤 게시물이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할지는 점점 이용자의 관계망보다 알고리즘의 판단에 가까워졌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바꾸게 된다. “누구와 이야기할 것인가”보다 “무엇이 더 반응을 얻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PNAS Nexus에 게재된 Milli 등의 연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의 랭킹 알고리즘은 클릭, 공유, 좋아요 같은 사용자 참여 신호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는 이러한 참여 기반 알고리즘이 이용자가 직접 선호한다고 말한 콘텐츠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여기서 소셜미디어의 피로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여전히 보여주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인정이 점점 수치로 환산되고, 반응 경쟁으로 바뀌면서 피로가 쌓인다. 연결의 공간이었던 소셜미디어는 어느 순간 성과를 확인하는 공간에 가까워졌고, 자기표현은 점점 자기검열과 비교의 문제로 이어졌다.
차세대 소셜미디어는 과시의 피로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차세대 소셜미디어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더 이상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의 자기제시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지금과 같은 방식의 노출과 반응 경쟁에는 피로를 느끼고 있다.
따라서 다음 소셜미디어는 과시욕을 없애는 방향이 아니라, 인정받는 방식을 다르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모두에게 공개되는 피드보다 선택된 사람들과 나누는 공간, 불특정 다수의 좋아요보다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안에서의 반응, 완벽하게 편집된 콘텐츠보다 맥락이 살아 있는 기록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이미 일부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공개 피드보다 DM과 그룹채팅이 중요해지고, 거대한 플랫폼 안에서도 작은 커뮤니티와 관심사 기반 네트워크가 주목받는다. 사용자는 더 많은 팔로워보다 자신과 결이 맞는 사람들을 찾고, 더 넓은 확산보다 더 안전한 반응을 원한다. 앞으로 AI는 이 흐름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단순히 인기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관계 맥락을 이해하고, 어떤 사람과 어떤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지 제안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버추얼 아이덴티티와 공동창작형 플랫폼이다. 현실의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신, 아바타와 가상 공간을 통해 다른 정체성을 실험하거나, 혼자 콘텐츠를 올리고 반응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고 변형하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 이때 소셜미디어는 더 이상 하나의 피드가 아니라, 정체성 실험과 관계 형성, 창작 참여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험 환경에 가까워진다.
다음 플랫폼의 핵심은 더 많은 노출이 아니라 새로운 인정 방식이다
소셜미디어의 역사는 기술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욕망의 역사다. PC와 인터넷은 온라인 자기표현의 첫 번째 무대를 만들었고, 싸이월드와 블로그는 개인의 취향과 관계를 시각화했다. 스마트폰은 자기표현을 일상으로 끌어들였고, 알고리즘은 그 표현을 반응 경쟁의 구조로 바꾸었다.
그렇다면 차세대 소셜미디어의 핵심은 더 많은 노출이 아닐 수 있다. 앞으로의 플랫폼은 사람들을 더 오래 붙잡아두는 피드를 만드는 것보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지를 다시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질문은 “다음에는 어떤 기술이 등장할까”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소셜미디어가 채워주지 못한 욕망은 무엇인가”에 가깝다.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평가받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반응을 원하지만, 숫자로만 환산되는 인정에는 피로를 느낀다. 여전히 연결되고 싶어 하지만, 알고리즘이 만든 관계보다 자신이 선택한 맥락 안에서 머물고 싶어 한다.
결국 다음 소셜미디어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인정 욕망이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 다시 설계되는 방식으로 등장할 것이다. 플랫폼의 미래는 더 큰 피드에 있지 않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의 인정을 더 신뢰하게 될 것인지에 달려 있다.